백요섭

백요섭은 캔버스에 물감을 쌓거나 긁거나 제거하거나 닦는 방식으로 인물을 구성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작가의 이러한 창작 과정은 이미지 자체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회화와 달리 시각적, 지각적 상호작용의 과정에 대한 실험으로 중첩된 회화공간을 창조해내며 지난 시간의 희미한 흔적이 표면에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해 시간의 연속성으로 시간 간격을 상기시킨다.

작가의 작품은 비선형 세계와 존재의 흔적 사이의 관계, 그리고 시간의 직선적인 흐름 뒤에 숨겨진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삶의 의미를 화면에 그려내고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세계의 질서를 탐구한다. 그 탐구의 결과로서 백요섭 작가의 작품은 물리적 특성을 얽어 쌓았다가 수렴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기억의 잔상을 표현하고, 그 사이에 은은하게 점화되는 화면의 색감이 마치 먼발치에서 광활한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깊은 이미지 세계를 만들어낸다.

백요섭 작가는 이미지 자체보다는 시각적, 지각적 상호작용의 과정을 중시하는 회화의 실험자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중첩된 흔적, 시간의 비선형성, 삶의 보이지 않는 의미 등을 탐구하고, 깊은 이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남은 시간의 희미한 흔적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시간의 간격과 연속성을 일깨워준다.